투석의 경제적, 사회적 비용

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 이야기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고혈압, 당뇨병 등의 만성질환 환자는 약물 치료와는 별개로 질환에 따른 식이요법 및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적이다. 

그 중에서도 만성콩팥병 환자는 그 어떤 환자보다도 엄격한 식이관리 및 영양교육이 필요하다. 

한번 나빠진 콩팥 기능을 다시 회복시키기는 어렵지만, 식사 조절을 포함한 적극적인 치료로 콩팥 기능이 저하되는 속도를 늦추어 질병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콩팥병이 악화되어 말기신부전에 이르면 결국 콩팥 기능이 거의 상실되어 투석을 시작하게 되는데, 투석치료를 받는 환자는 여러 가지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투석을 시작하게 되면 환자는 먼저 좌절감과 분노, 현 상황에 대한 부정 등 정서적인 어려움을 느낀다. 

3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혈액투석 또는 복막투석을 받은 환자는 신장장애 2급의 장애등급 판정을 받는다. 

장애인이라는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환자는 낯선 의학용어로 투석에 대한 교육을 받고 여러 제한사항들을 숙지해야 한다. 

의료진이나 가족에 의존해야 하는 현실에 좌절하거나, 지금껏 살아오던 생활방식이 바뀐다는 사실에 불안해하기도 한다. 

작업 능력이 떨어져 수입이 줄거나 심지어 직장을 잃지는 않을지 두려움에 시달리고, 실제로 실직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투석 치료를 받는데 드는 의료비 및 부수적인 비용에 대한 경제적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투석 치료는 환자 본인에게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막대한 비용을 요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체 질환 중 두 번째로 많은 급여비가 지급된 질환이 바로 만성 콩팥 기능상실, 즉 투석 단계의 콩팥병으로, 무려 1조원 정도가 투석 환자 비용으로 쓰였다. 

1위는 본태성 고혈압이지만 투석 환자수보다 훨씬 환자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석 환자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비용이 지출되는 셈이다. 

투석 환자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우리 사회가 만성콩팥병 환자의 투석 치료에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경제적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다.

이와 같이 투석은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초래하며 환자 개인에게도 많은 어려움을 준다. 

게다가 투석은 상실된 콩팥 기능을 대체하기 위한 방법이라지만 콩팥의 복잡하고 다양한 기능을 고려한다면 10~15% 정도만을 대체할 뿐이다. 

의학의 발전과 함께 투석 치료 분야에서도 많은 진보를 이루었지만 아직도 투석 치료가 콩팥의 모든 기능을 대체할 수는 없으므로 질병의 완치를 위한 치료가 아닌 연명치료로서 한계가 있다.

콩팥은 절반 이상 기능이 저하되더라도 환자가 느낄 수 있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만성콩팥병 환자는 진단을 받더라도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식이요법이나 생활습관 개선으로 자신을 관리하는 데에 소홀하기 쉽다. 대부분의 질병이 그러하듯이 만성콩팥병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뚜렷한 증상이 없는 초기부터 꾸준한 식이요법 등으로 치료를 지속하면 투석을 시작하는 시점을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식이요법의 지속을 위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만성콩팥병 환자를 위해 나온 치료용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