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콩팥병 환자의 명절 생활 지침

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이야기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추석은 글자 그대로 달 밝은 가을밤이라는 뜻으로 음력 8월 보름의 달빛이 가장 좋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 선조들은 추석 즈음 봄부터 여름 내내 땀 흘려 가꾼 곡식과 과일을 수확하고 중추명월을 맞이하니 즐겁고 마음이 풍족했다고 전해 내려온다.

하지만 풍요로운 명절에도 온갖 음식의 유혹을 뿌리쳐야 하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에게 추석은 달갑지만은 않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단백질, 염분, 칼륨, 인 등의 섭취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명절이라고 예외를 두어서는 안 된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 별로 주의해야 하는 영양소 및 섭취 요령을 알아본다.

토란국- 염분, 칼륨 제한: 토란국, 쇠고기탕국 등의 국물 요리의 경우 국물에 염분이 많이 녹아있기 때문에 국물 섭취를 되도록 최소화하고 건더기 위주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토란은 칼륨 함량이 높으므로 토란국은 가급적 먹지 않는다. 

염분 섭취량을 낮추기 위해서는 음식 조리 중 간을 하기 전에 환자가 먹을 양을 따로 덜어놓는 방법이 유용하다. 

환자가 먹기 직전에 간을 하면 짠맛의 역치를 낮추어 염분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고기산적- 단백질 제한: 저단백 식사요법을 위해서는 고기산적, 갈비찜, 닭찜과 같은 육류 섭취를 제한하되, 하루 허용량에 맞추어 섭취하는 것이 권장됨.

삼색나물, 과일- 칼륨 제한: 칼륨 조절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 채소와 과일류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채소는 물에 2시간 정도 담갔다 조리하여 칼륨 함량을 최대한 낮추며, 삼색나물 중 시금치는 저칼륨 채소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추석 과일인 사과와 단감은 저칼륨군에 속하기 때문에 하루에 반 개 정도는 허용된다. 

반면 곶감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송편- 인 제한: 송편의 소로 흔히 쓰이는 녹두, 동부, 밤은 인의 함량이 높으므로 피하고, 열량 보충에 좋은 꿀만 넣은 송편을 만들어 먹는다. 

녹두빈대떡도 삼가는 것이 좋다.

식혜- 수분 제한 (열량보충): 수분 섭취량을 제한해야 하는 환자 및 당뇨합병증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 외의 환자는 섭취해도 괜찮다.

한편 추석에는 모처럼 온 가족이 모였다는 반가움에 술 한잔이 오가기 마련이다. 

다른 동반 질환이 없고 관리를 잘하고 있는 만성콩팥병 환자라면 맥주 한 캔 정도의 술은 마셔도 된다. 

그러나 과도한 음주를 하면 혈압이 상승하고, 출혈성 뇌졸중의 발생 위험이 음주를 하지 않는 만성콩팥병 환자에 비해 6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에 지나친 음주는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만성콩팥병 환자가 고향에 가거나 친지를 방문하러 갈 때에는 평소 복용하던 약을 여행기간에 하루 정도 여유분을 두고 챙겨야 한다. 

Furosemide, carvedilol 등 차광보관이 필요한 약의 경우 차광용 갈색봉투나 통에 포장된 채로 지참하고, 차량으로 이동 중 약 복용 시간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차 안에서 복용할 약과 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는다. 

또한 친지들을 만나면 들뜬 분위기에 약 복용을 소홀히 하기 쉬우므로 복용 시간을 미리 핸드폰 알람으로 설정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절에는 일반인들도 식생활 리듬이 깨져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물며 식이요법이 중요한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식이요법을 잘해오던 환자도 명절음식 앞에서는 무너지는 경우가 많은데, 지혜로운 식이요법으로 다가오는 추석을 건강하게 보내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