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에도 단백질이?

신장내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만성신부전환자의 식이 이야기

[청년의사 신문 청년의사]

만성콩팥병 환자의 식이요법 중 저단백 식이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량의 단백질 섭취는 체내 노폐물 축적에 의한 요독증을 일으킬 수 있고, 콩팥 부담이 가중되는 데 따른 신기능 악화를 촉진한다. 

따라서 단백질 섭취를 적절히 제한하면 요독증, 고인산혈증, 고칼륨혈증을 방지할 수 있다. 

아울러 콩팥 손상 속도를 지연시켜 투석 도입 시점을 늦출 수 있다.

만성콩팥병 환자에서 저단백 식이요법의 효과는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되어 있다.

그러나 저단백 식이요법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하루에 먹을 수 있는 단백질 양은 체중 60kg당 35g 정도이다. 

영양상담에서 받은 지침대로 저단백식을 하다 보면 먹을 수 있는 반찬의 종류와 양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하루에 섭취해야 할 총 열량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만성콩팥병 환자식이 아니라 다이어트식이 되어버린다.

환자들이 흔히 간과하기 쉬운 한 가지는 쌀밥에도 매끼당 5g 정도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는 점이다. 

하루 세끼 식사 시에는 15g이나 섭취하게 되는데, 밥에 함유된 단백질은 콩팥병 환자에게 그다지 적합한 단백질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이다. 

쌀의 단백질은 생물가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동물성 단백질과 달리 생물가가 낮은 식물성 단백질은 체내 단백질 효율이 낮으며 주로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어 질소성 노폐물을 생성하여 콩팥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

주식으로 밥을 먹는 식생활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밥에 들어 있는 단백질 양을 낮출 수는 없을까?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이 저단백밥이다. 

만성콩팥병 환자수가 세계 1위인 일본에서는 일찍이 여러 회사에서 저단백밥을 개발하여 환자들이 손쉽게 저단백 식이요법을 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저단백밥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저단백 식이요법을 보다 쉽게 충실히 이행할 수 있어 요독증 예방, 투석 도입 시점 지연 등 저단백 식이요법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 

투석을 시작하게 되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지기 쉬우므로충실한 저단백 식이요법은 궁극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게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저단백밥 식사 시에는 밥을 통한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기 때문에 생물가가 높은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을 늘릴 수 있으며, 반찬의 종류와 양을 늘릴 수 있어 초콜렛이나 젤리 등으로 열량 보충을 할 필요가 없다. 

이와 같은 저단백밥의 장점 때문에 일본에서는 동경자혜회의과대학부속병원, 동경의과대학병원등 대학병원에서도 입원 환자에게 저단백밥을 제공하고 있다. 

저단백밥을 이용하면 환자의 만족도 또한 높아진다. 

동경의대병원 영양관리과의 조사에 따르면, 두 병원에서 단백질 양이 동일한 저단백식을 입원 환자에게 제공한 후 환자 만족도를 비교했을 때, 주식으로 저단백밥을 제공한 횟수가 더 많은 병원에서는 반찬의 양이 늘어나 환자 만족도가 훨씬 높았으며 젤리 등 열량 보충식품을 제공한 횟수도 적었고 아미노산 점수는 더 높았다.

국내에서도 만성콩팥병 환자용 저단백밥을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병원에서는 만성콩팥병 환자의 저단백 식이요법을 위해 입원식으로 저단백밥을 제공하고자 해도 현재의 수가제도로는 어림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편 가정에서 식이요법을 열심히 하는 환자라도 밥의 단백질에 대해서는 모르거나, 저단백밥의 존재를 알지 못해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우리나라의 만성콩팥병 환자는 식이요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결과적으로 식이요법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이 조절을 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다.

향후 환자들에게 저단백 식이요법에 대해 교육할 때에는 단백질의 양을 조절하는 방법뿐 아니라 단백질의 품질에 대해서도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저단백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면 환자들이 저단백 식이요법을 보다 쉽고 만족스럽게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